젊은 사람들을 보고 “혈기가 왕성하다”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리고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을 보고 “기가 약하다”라는 말을 하고, 안색이 창백한 사람을 보고 “혈색이 나빠 보인다”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기혈(氣血)이란 한방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한의학 용어이다.
옛날 사람들은 낮과 밤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법칙과 규율에 주목을 하였다. 낮에는 태양의 에너지로 생명체들이 생명활동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자고 안정을 취한다. 이러한 낮의 활동력, 에너지, 온기, 열기, 불, 발생, 승발, 빛, 밝음, 움직임 등의 기운을 총칭하여 양(陽)이라 하고 밤의 어두움, 안정, 냉기, 한기, 물, 휴식, 수렴, 저장, 정지 등의 기운을 총칭하여 음(陰)이라 한다. 음양 개념을 자연의 법칙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적용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기(氣)와 혈(血)이다.
인체의 양을 대표하는 것이 기이고, 음을 대표하는 것이 혈이다. 그래서 양기(陽氣)라고도 하고, 음혈(陰血)이라고 동시에 붙여서 부르기도 한다.
기는 인체의 생명력과 활동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기가 왕성하다 함은 인체에 축적된 에너지가 충만하여 몸이 따뜻하고 추위를 잘 이겨내며 인체의 내부 장기와 정신활동 등의 생명활동이 왕성한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혈은 인체의 물질적인 바탕이 되는 것으로 음식을 통해 섭취한 영양분으로 인체를 자양하는데, 혈이 왕성하다 함은 체내에 영양분을 함유한 피가 충만하여 혈색이 좋고 손발이 시리거나 저리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기는 혈을 원료로 하여 인체의 생명활동을 발현 유지할 수 있고, 혈은 기의 추동작용이 있어야 운행될 수 있다. 이처럼 기와 혈은 상호 의존적 보완적이어서 기가 부족한 것이 오래되면 혈을 생성하는 기능들이 저하되어 혈도 부족해지기 쉽고, 혈이 부족한 것이 오래되면 연료가 없으면 불이 사그라지듯이 기도 부족해지기 쉽다.
오장육부 중에 주로 기와 관련된 장부는 비장과 폐장인데, 이곳에 기가 부족해지면 식욕이 없고 소화력이 떨어지거나 잘 체하기도 하고, 힘이 없고 말수가 적어지고 추위를 많이 타게 되며 감기나 비염에 잘 걸리게 된다. 혈과 관련된 장부는 간장과 신장인데 여기의 정혈이 부족해지게 되면 어지럽고 피곤하거나 눈이 건조하고 귀가 울리거나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생리량이 줄거나 소변을 조금씩 자주 보기도 한다.
그리고 양기가 허하고 음혈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인체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지게 되어 곧잘 비만이나 부종으로 이어지고, 반대로 양기는 넘치는데 음혈이 부족해지면 잘 때 땀을 흘리는 도한증이나 수면장애 그리고 장위(腸胃)가 건조해지는 변비와 피부가 건조해져 발생되는 피부 가려움증이나 아토피 증상이 잘 발생된다.
기와 혈이 모두 부족한 사람은 혈색이 창백하면서 추위도 많이 타고 어지러움도 많이 느끼게 되고, 기와 혈이 모두 충만한 사람은 혈색이 좋으면서 추위도 잘 이겨내고 감기도 잘 하지 않고 건강하다.
한의학에서는 양기가 허하면 기를 보충하는 사군자탕이나 보중익기탕 위주로 처방하고, 음혈이 부족하면 보혈하는 사물탕이나 육미지황탕 위주로 처방하고, 기혈이 모두 부족하면 팔진탕이나 십전대보탕 위주로 처방을 하는데, 체질과 증상에 따라서 처방을 조금씩 달리하고 가감하는 약재도 서로 다르다.
무엇보다 기와 혈의 상태를 잘 파악하여 적절한 처방과 약재를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남도한의사회 학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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